왜 아니겠는가. 정부를 질타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 협상 전에 정부가 국민과 충분한 교감을 갖지 못했다"고 했다. 주장하기도 했다. "재협상도 해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아니다. 착시다.
단서가 있다. 재협상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말고 해결방법이 없고, 그것밖에 없다면" 모색할 일이라고 했다. 더구나 재협상을 강제하는 특별법 제정은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사정이 그렇다. 미국은 한국 내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가자 휴일인데도 농무부 차관을 앞세워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방점을 찍어 한 얘기는 딱 하나였다.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였다. 말 끝을 흐린 것도 있다. 재협상 여지를 묻는 한국 기자들에게 이 자리는 식품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이지 협상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미국을 어떻게 재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정부가 통사정을 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나마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있는 게 강제하는 것이다. 국회가 협상 무효화와 재협상을 강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쇠고기 수입 고시를 막는 것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말발'이 선다. 정부가 미국을 향해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표는 특별법 제정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협상도 해야 된다고 했다. 기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궁금하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박근혜 전 대표다. 이런 그가 왜 상호 배치되는 말을 한 걸까?
이 점을 주목하면 이해가 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단 단서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 말고 해결방법이 없다면"이 힌트다. 거꾸로 읽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외의 방법을 먼저 강구하라는 뜻이 된다.
이것이다. "국민이 걱정하지 않게 바로잡고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을 먼저 내놓는 게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외의 해법이다. 협상 후속보완대책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렇게 보면 별반 다를 게 없다.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은 별반 다르지 않다. 쇠고기 협상 결과를 기정사실로 전제해 놓고 보완대책을 강구하려는 기본태도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고 너무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태도가 어중간하다고 해서 몰아칠 일은 아니다. 어차피 분화하게 돼 있다. '재협상 불가'로 마음을 굳히든 '특별법 제정'으로 마음을 돌리든 양단간에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다. 이게 지금의 시국이고 정국이다.
지켜볼 일이다. 내일 있게 될 쇠고기 청문회가 분기점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여론의 향배가 달라지고, 더불어 박근혜 전 대표의 이중태도도 정리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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