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도 분수가 있다. 상황을 살피고 때를 고르면서 조심조심 하는 법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이 최소한의 금도마저 무시한다. 손바닥 뒤집듯 두 말을 한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한 말이 그렇다.
"오늘 외교통상부와 ‘FTA 실무 당정회의’를 열어 한미 FTA 비준과 쇠고기 수입은 별개라는 입장을 정하고 FTA 비준안 처리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중앙일보>가 오늘 ‘사설’을 통해 밝힌 입장도 같다.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빌미로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큰 국익을 외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는 검역의 문제일 뿐 본질적으로 한미FTA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지 이틀 만인 4월 20일에 한나라당은 이런 대변인 브리핑을 내놨다.
“한미 FTA의 큰 난제 중 하나였던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도 타결되면서 한미 양국 의회에서의 FTA 비준동의안 타결이 힘을 받았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던 날인 4월 18일에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한미FTA의 최종 절차(비준)를 위한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미국 의회는 전제조건으로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요구해 왔다.”
그 때는 연계돼 있다고 하더니 이제 와선 별개라고 한다. <중앙일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앞말과 뒷말이 다르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들의 쇠고기 협상 찬성론에 비춰바도 그렇다.
한나라당이나 <중앙일보> 모두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을지언정 큰 틀에선 어쩔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하는 쇠고기 협상이라고 했다.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는 국민을 향해 괴담에 휘둘리고 선동에 놀아나는 사람들이라고 욕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런 주장에 따르면 연계하는 게 맞다. 한미FTA 비준의 걸림돌을 치웠으므로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맞다. 아니면 ‘한미FTA 비준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호소라도 하는 게 순리에 맞다.
미국의 사정을 고려해도 그렇다. 한나라당과 <중앙일보>의 규정이 아니더라도 세상이 다 안다. 쇠고기 수입 개방이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FTA의 전제조건이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미국을 고려한다면, 미국을 압박하려 한다면 ‘별개’라고 할 게 아니라 ‘연계’라고 하는 게 맞다. ‘우리가 국내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쇠고기 협상을 준수하려 하는데 그래도 비준 안 해줄래?’라고 미국을 압박하는 게 맞다.
근데 이도저도 아니라고 한다. 그냥 별개라고 한다. 오로지 국익을 위해 한미FTA를 빨리 비준해야 한다고 한다.
어이없다며 냉소를 보내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놓쳐서는 안 될, 꼭 읽어야 하는 행간이 있다. 이들이 쇠고기 협상이 잘 된 것이거나 무난한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그래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결코 ‘별개’라고 주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 그것이다.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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