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시장원리를 신봉한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공기업 민영화나 규제완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광우병 쇠고기도 그렇다. 시장원리로 접근한다. 그래서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청와대의 '쇠고기 시장원리'를 추려보자. 세 개의 표본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 이명박 대통령
▲일본의 화우 같은 것은 우리 쇠고기 값의 10배다. 소 한 마리 가격이 1억 원 하는 소가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다. 우리도 얼마 안 있으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데 그러면 일본처럼 개방해도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려는 수요자가 많아질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
▲월령 30개월 이상 소를 민간업자들이 수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 청와대 핵심관계자
이 가운데 우선 두 개의 표본만 언급하자. 공통점이 있다.
▲장사꾼이 어떤 사람들인가?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안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소 닭 보듯 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망할 테니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할 것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면 수요가 고급화돼 값 싸고 질 낮은 쇠고기는 자연 도태될 것이다.
그럴 듯하다. 경제학의 ABC에 충실한 논리 같다. 하지만 아니다. 경제학의 DEF가 반박한다.
▲상술의 기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이 기본 상술을 구현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왜냐고? 정부 방침대로 모든 식당에 원산지 표시를 강제한다고 해도 월령을 알아낼 방법은 사실상 없다. 장사꾼이 송아지 고기라고 우기면 그런 것이다.
▲지금의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이니까 3만 달러 시대가 도래하면 소득은 50% 증가한다. 반면에 쇠고기는 (최고치로 잡았을 때)1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승하니까 1000%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지금보다 20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부 극소수 부자를 제외하곤 수요가 많아질 턱이 없다.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들어갈 필요도 없다. 아직 언급하지 않은 하나의 표본이 다른 두 개의 표본을 부정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값이 싸고 질이 좋다. 그런데 굳이 30개월 이상과 미만을 가를 이유가 무엇이고, 굳이 1억 원짜리 비싼 쇠고기를 만들 이유가 무엇인가? 그냥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사 먹으면 된다.
정리해 놓고 보니 확연해진다. 청와대는 첫단추를 잘못 뀄다. 미국산 쇠고기는 값 싸고 질 좋다는 평가를 섣불리 내렸고, 그런 어설픈 평가를 국민에게 인식시키려 했다.
청와대가 깔아놓은 좌판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건 당연하다. 청와대는 '골라, 골라'를 연신 외쳐대지만 소비자들은 고를 마음이 전혀 없다. 그걸 '땡' 제품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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