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심경이 어떨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내심 반기고 있을까?

반기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해임건의안 표결이 실시되기 하루 전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고 했다. 당장은 인적 쇄신을 하지 않겠다고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건의안 부결을 마다할 리 없다.

게다가 야3당이 자중지란에 책임 떠넘기기 모습까지 보이고 있지 않은가. 부산물까지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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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만고의 진리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큰 대가는 정치적 부담이다. 역설 같지만 사정이 그렇다.

정운천 장관을 내칠 수가 없게 됐다. 취임 100일을 기념해 국정쇄신책을 꺼내들고, 거기에 인적 쇄신을 담는다 해도 정운천 장관을 포함시키기가 어렵게 됐다. 해임건의안을 뚫고 살아 돌아온 장관을 인사권자가 내치는 건 모양새가 영 이상하다. 남의 집에 가서 뺨 맞고 돌아온 자식을 아버지가 몽둥이찜질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게 족쇄다. 해임건의안이 부결됐다면 그걸 기화 삼아 정운천 장관을 경질하고, 국정쇄신책을 시행하고, 더불어 민심을 수용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 그럴 여지는 줄어들었다. 정운천 장관을 희생양 삼아, 정치적 타협책 삼아 쇠고기 정국을 풀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

우회로가 없는 건 아니다. 정운천 장관이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해임건의안이 발의됨으로써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며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충분히 강구될 수 있고,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가상상황이지만 호응하지 않는다. 이런 모양새와 쇄신은 호응하지 않는다. 쇄신은 결단하는 것이지 연출하는 게 아니다.

부산물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 부산물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장외투쟁이다.

해임건의안 부결은 ‘면피’ 욕구를 강화한다. 야3당 사이의 불신은 ‘자립’ 욕구를 키운다. ‘면피’를 위해 ‘자립’하려는 욕구가 팽창한다. 근데 할 게 없다. 17대 국회가 끝나는 순간 왜소해지기에 원내에서 ‘자립’하고 그것을 통해 ‘면피’할 여력이 줄어든다.

장외투쟁이 나설 수 있다. 어차피 왜소한 야당, 끌려가는 야당이 될 처지인데 여기에 해임건의안 부결로 ‘헛발질’하는 야당의 멍에까지 짊어지게 됐으니 어떻게든 ‘면피’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선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해임건의안 부결 직후 민주당 내에서 장외투쟁 검토 주장이 고개를 드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정운천 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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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