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 법무장관이 말했다. “주동자, 극렬 행위자, 선동 및 배후 조종한 자에 대해 끝까지 검거해 엄정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행위에 대한 채증 결과를 바탕으로 사후 사법조치할 것”이라며 “대상자가 수백 명이라도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근데 어쩌랴? 다른 말이 나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하 직원들이 다른 말을 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말했다. “주동자가 있는 게 아니라 우발적인 것이라 고민스럽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자나 학생운동 전력자가 개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혼선이다. ‘수뇌’와 ‘말단’이 따로 논다. 손뼉이 맞아도 부족할 판에 ‘나이롱 박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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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끝날 일은 아니다. 이번엔 조·중·동이 나선다. ‘수뇌’와 ‘말단’의 간극을 메우는 땜장이 역할을 자임한다.

<조선일보>는 “일부 강성 사이트 영향(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이번 촛불 시위를 주도한 한국진보연대가 작성한 ‘투쟁방안’ 문건”도 거론한다.

<중앙일보>는 “이번 시위가 몇몇 신생 네티즌 모임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파악”된 점을 중시하고, “불법 도로 점거 시위를 주도하는 20∼30대 핵심 인물들에 대해 주목”한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주말을 기점으로 집회의 주도세력이 10대에서 20, 30대로 옮겨간 모습”에 방점을 찍고, “현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시위대를 이끄는 리더들이 있었다”는 한 시민의 전언을 중시한다.

하지만 어설프고 엉성하다. 시위 주력이 20∼30대라는 건 ‘배후’를 규명하는 단서가 될 수 없다. 20∼30대는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나머지 연령대는 청계광장에서 얌전히 앉아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는 한 정황증거가 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특정 연령대를 따로 떼어내 ‘불온한 무리’로 낙인찍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신생 네티즌 모임”이나 “일부 강성 사이트”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설령 ‘모임’과 ‘사이트’가 시위를 주도했다고 해도 이것이 ‘배후’를 규명하는 단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번 시위를 “네티즌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설명하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주장을 강화하는 입증사례로도 손색이 없다.

그나마 구체적인 건 <조선일보>가 지목한 한국진보연대의 ‘투쟁문건’이다. 주체와 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적시하고 있으니 다른 어떤 ‘증거’보다도 유력하다.

그렇다고 본질을 달리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상대적 차이일 뿐이다. 어설픈 정황과 엉성한 사례에 비해 구체적일 뿐 유력한 물증의 반열에 오르는 건 아니다. 한국진보연대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구성하는 1700개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하나다. 기껏해야 1700분의 1의 위상 밖에 확보하지 못한 단체다. 이런 단체를 일컬어 “이번 시위를 주도” 했다고 서술하는 것 자체가 침소봉대다. 게다가 '투쟁문건‘이 실행에 옮겨진 것인지 아니면 한 실무자의 '습작’ 수준인지도 규명되지 않았다.

부질없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는 일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이롱 논리'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건 과유불급이다. 이 한 구절로 대신해도 무방하다. 다른 곳이 아니라 <조선일보>가 쓴 구절이다. 이렇게 돼 있다.

“집회 현장과 불법 시위 연행자들 사이에서는 ‘배후 세력’ 개입의 물증은 없다.”

왜 아니겠는가. 연행된 69명 가운데 특정단체에 소속된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고 대부분이 회사원·대리운전기사·대학생·무직자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은 초강수를 두고 있다. 1차로 연행한 37명 중 고교생 1명을 뺀 나머지 36명을 모두 불구속 입건하기로 했다. ‘배후’가 아닌데도 ‘주동자’가 아닌데도 입건하기로 했다.

백번 양보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 말대로 ‘불법행위자’이기에, 그 대상자가 수백 명이 돼도 처벌하겠다고 했으니까 그에 따라 내려진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하니 불현듯 잔영이 되살아난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때 난동을 부렸던 중국인들을 경찰이 어떻게 대했는지가 새삼 떠오른다. 깃대와 각목을 휘두르고 돌을 내던지는 폭력행위를 일삼았는데도 경찰은 수백 명은 고사하고 단 한 명을 사법처리하는 데 그쳤다. 채증 자료를 살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해놓고선 그 뒤 감감 무소식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배후’를 읊조리는 검찰과 경찰 수뇌부의 머리에 ‘불온한 정치적 무리’를 엄단하려는 의욕이 넘실대는지 모르지만, 지켜보는 국민은 그런 수뇌부의 ‘지극히 정치적인 행보’를 비판한다.

아, 까먹을 뻔 했다. 하나 더 추가하고 마무리하자. 이달 초에도 그랬다. 10대가 촛불문화제에 대거 참석하자 경찰은 철부지를 선동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그 표본으로 ‘5월 17일 휴교’ 문자메시지 유포를 꼽았다. 최초 발신자를 찾으면 ‘배후’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결과가 나왔다. 올해 19살의 재수생 장모 군이다. 촛불 문화제엔 참여한 적도 없는 재수생이다. 단지 “고교 시절 선생님과 학교생활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장난삼아 문자를 보냈다”고 말하는 재수생이다.

▲사진=26일 밤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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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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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넌센스다. 소통을 강조하면서 '소탕'을 꾀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소통문제에 있어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던 그 날 어청수 경찰청장은 '소탕'을 다짐했다. 촛불문화제 주최자와 이른바 ‘괴담’ 발신자를 찾아내 사법처리하겠다고 했다.

앞뒤가 안 맞는 건 아니다. 육두문자와 비방이 오가는 건 소통이 아니라 악다구니다. 다른 건 몰라도 ‘괴담’이 정말 괴담이라면, 그리고 정부가 간주하듯이 그런 괴담에 불순한 의도가 개입돼 있다면 정상적인 소통을 위해서라도 발본색원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건 논리다. 그것도 지극히 비현실적인 형식논리다. 현실논리, 상황논리는 전혀 다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소통이 부족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전혀 다른 현실논리, 상황논리를 떠받치고 있다.

촛불문화제가 왜 열렸는지는 물어볼 필요가 없다.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데도 정부가 딴청을 피우는 바람에 발생한 게 촛불문화제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우려에 대꾸를 하지 않고, 네티즌의 청원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더 큰 목소리를 내려고 집어든 게 촛불이다.

‘광우병 괴담’이 왜 유포됐는지도 따질 필요가 없다. 과정을 보면 안다. 정보 소통이 거의 없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4월 18일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자진해서 밝힌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협상문 행간을 뒤져가며 숨어있던 합의내용을 찾아내고, 미국 연방정부 홈페이지를 누비며 미국의 광우병·검역·동물성 사료 실태를 밝혀낸 건 민간이다. 정부는 단지 한 가지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예, 아니오’로만 대답했을 뿐이다.

정부가 입만 열면 읊조리는 ‘건전한 비판’과 ‘악의적 선동’은 기실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한 장의 종이에 국민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빼곡이 적어 전달했는지, 아니면 백지장으로 던져버렸는지에 따라 반작용이 ‘건전한 비판’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악의적 선동’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정부가 소탕해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이른바 ‘괴담’이 유포되게 만든 자신을 질책해야 하고, 이른바 ‘악의적 선동’이 만연하게 만든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에둘러 물을 게 아니다. ‘도의적 책임’이나 ‘정무적 책임’을 운운하는 건 필요 없다. 정부가 국민을 향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과 같은 죄목을 거론하는 것과 똑같이 물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해서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그 실상을 낱낱이 공개한 다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가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모색하는 ‘소탕’이 정당한 것인지를 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또 다른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의 ‘소탕’에 대한 ‘차분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어청수 경찰청장 ⓒ경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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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