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잘리지 않는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그의 인책론을 펴고 있지만 이런 요구가 지금 당장 관철될 가능성은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가 언제 어떻게 한국에 영향을 줄지 내다보기 어렵다. 범위를 예상할 수 없다. 금융에서 시작한 위기가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게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을 즉각 자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비상대책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 물불 안 가리고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의 동의나 여론의 호응 여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위기를 진화하는 데 진력할 ‘악역’이 필요하다.

비상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외환위기의 책임을, 경제실정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정치공세와 여론질타를 온몸으로 받아낼 ‘제물’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강만수 장관이다.


명분은 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고사를 들면 그만이다. 경제가 비상상황인데 경제수장을 바꿔 행정공백을 자초해야 겠느냐고 반문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버티면 된다.

마냥 버티는 게 아니다. 길어봤자 연말까지다. 이때까지 버티면서 급한 불을 끄면 된다.

그래야 맞아떨어진다. 그렇게 해야 청와대가 짜놓은 일정표가 헝클어지지 않는다. 연말 개각을 통해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려던 계획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물을지 모르겠다. 왜 연말이냐고? 왜 ‘터닝 포인트’를 연말로 단정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제시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이 첫째 근거다. 그가 제기한 바 있다. 연말 여권 개편론을 주장한 바 있다. 여러 사람이 물었다. 연말 여권 개편론이 개인 의견인지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나온 주장인지를 물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즉답은 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에 가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사실만 언급했다.

여권의 정황이 둘째 근거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모두 가을 정기국회를 별러왔다. 정기국회에서 ‘좌파 10년’의 흔적을 지우고 MB노믹스의 기초를 닦으려 했다. 야당이 반대하건 여론이 비판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돌파하려고 했다. 그렇게 ‘전쟁’을 치른 후 평시체제로 돌아가려고 했다.

연말까지다. 이 두 가지 근거에 기초하면 강만수 장관의 수명은 연말까지 연장된다고 전망할 수 있다.

돌려 말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근거를 기초로 다른 점을 추가로 제기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부여된 시간 역시 연말까지다. 이때까지 외환 불안을 잠재우고 국정 일신의 계기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진창에 빠진다. 위기상황이 구조화 되면서 개각이나 강만수 장관 경질의 ‘약발’도 국정의 동력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답이 나왔다. 이른바 ‘영수회담’을 둘러싼 논란을 일거에 정리할 수 있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다. 이른바 ‘영수회담’의 한 당사자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말에 답이 담겨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정권은 지지하는 사람들하고만 코드를 맞추고, 국민 통합은 않고 분열시키는 일을 책동한다”고 운을 뗀 뒤 “영수회담을 해봤는데 태도 변화를 못 느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마이동풍’ 했고 정세균 대표는 ‘우이독경’ 했다는 얘기다.

지적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럴 것이 뻔했는데 뭐하러 청와대에 갔냐고, 왜 청와대에 가서 ‘여당 2중대’ 욕을 버냐는 비판이 자연스레 나온다. 

물론 결과론으로 몰아갈 문제는 아니다. “지지하는 사람들하고만 코드를 맞추고, 국민 통합은 않고 분열시키는 일을 책동”하는 행태를 이른바 '영수회담‘ 이전에 알지 못했다면, 이른바 ’영수회담‘을 하고나서야 알게 됐다면 정세균 대표의 청와대행은 의미를 갖는다.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그런 행태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소득일 수 있다.

하지만 몰랐을 리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줄기차게 지적돼 온 게 바로 ‘소통’이었고 ‘통합’이었다. 다른 곳이 아니라 민주당 먼저 그렇게 비판해 왔다.


다르게 보자.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알고서도 청와대를 찾아갈 수 있다. 설득하기 위해서, 충고하기 위해서 찾아갈 수 있다. 소통은 양 당사자의 노력이 맞아떨어져야 이뤄지는 것이니까 어느 한쪽이 먼저 노력을 기울이는 걸 뭐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치자. 그래서 찾아갔다고, 회담 자체가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받아들이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찾아가서 만났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못 느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꼬인다. 정세균 대표는 미련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여기겠다고 한 말을 버리지 않는다.

정세균 대표가 그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똑같은 말(국정의 동반자)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에게 한 말은 집안싸움을 정리하는 말이었고, 이건 여야 관계 설정의 문제니까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정부가 어떤 일을 할 때 파트너로서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건 부적합하다. 차라리 코미디라고 규정하는 게 낫다.

본인 스스로 규정한 사실을 부정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하는 사람들하고만 코드를 맞추고, 국민 통합은 않고 분열시키는 일을 책동”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뒤에 가선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당을 “파트너로서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국정운영의 동반자’에 대한 기대가 ‘실소’ 거리라면 ‘초당적 협력’에 대한 의지는 ‘썩소’ 거리다.

살펴보면 안다. 정세균 대표는 경제살리기와 남북관계 등에서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고 하지만 기실 할 게 별로 없다. 이 분야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태도는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감세를 밀어붙인다. 미국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IB 육성책을 포기하지 않는다. 각종 규제를 풀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들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돌격’ 모드를 가다듬고 있다.

남북관계는 또 어떨까? 정세균 대표가 제안한 게 민주당의 ‘대북 네트워크 활용’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영수회담’이 열린 바로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핵무기 포기’와 ‘개방’을 다시금 요구했다. 민주당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든다고 비판한 ‘비핵·개방 3000’ 정책을 다시 읊조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 이렇다면 ‘대북 네트워크’를 활용할 여지는 없다.

그럼 이건 어떨까? 정세균 대표가 강조한 ‘스몰딜’(정 대표는 “스몰딜이 자꾸 쌓이면 빅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도 우리 의지를 반영했다”고 주장했다)이 ‘초당적 협력’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또한 가당치 않다. 민주당이 애초에 지적했던 문제, 즉 사기업(그것도 외국자본이 지분을 소유하는)인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에 국민 혈세를 지원하는 문제를 접고 그 대가로 노인 틀니 지원비를 얻어낸 건 ‘스몰딜’이 아니다. ‘스몰’인지 ‘빅’인지를 계산하기에 앞서 ‘딜’이라고 볼 수가 없다.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걸 내주고 ‘생색거리’를 챙기는 걸 두고 ‘딜’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상대에 떡을 통째로 내주고 콩고물을 얻는 걸 ‘거래’라고 인정하는 사람 또한 없다. ‘딜’은 등가교환일 때에나 쓰는 말이다.

알아야 한다. 정세균 대표는 자신이 어느 길을 걷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돌아봐야 한다. 뒤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훑어봐야 한다.

권하고 싶다. 우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들어보길 바란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주장이 얼마나 모순돼 있는지, ‘화자’가 아니라 ‘청중’이 돼 들어보기 바란다.

▲사진=<경향신문>의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인터뷰 기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한껏 고무돼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한 직후 민주당 지도부가 보인 모습이 이랬다. 이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대하겠다고 했다며 민주당은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생산적”이었다고도 했다.

하루만이다. 그러고나서 하루만에 문건이 공개됐다. 한나라당의 국정감사 전략을 담은 문건이었다. 이른바 ‘노무현 정부 15대 의혹’을 선정해 상임위별로 어떻게 공격할지 그 실행계획을 담은 문건이었다.

이 문건이 실행에 옮겨지면 민주당이 다친다. 전·현직 민주당 의원 여럿이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 민주당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른다(검찰의 ‘사정수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내용을 국회로 끌어들이는 게 온당한 일인지는 분명 짚어야 할 문제이지만 여기선 논외로 한다).

비유가 좀 ‘저렴’하긴 하지만 이것만큼 안성맞춤인 게 없다. 민주당은 몸 대주고 뺨 맞는 신세가 돼 버렸다.

애초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 대접을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올인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정책의 골간에 해당하는 법률안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경제살리기’ 명분아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구현할 법률안들을 통과시키려 하고, ‘법질서 확립’ 미명아래 반대세력 길들이기에 동원할 법률안들을 처리하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기초입법’에 해당하는 작업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돌파’는 숙명이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주춤거릴 수가 없고 야당이 공격한다고 물러설 수가 없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 정책이 흐트러진다.

‘초당적 협력’에 목말라 하지 않아도 된다. 한나라당이 과반을 점하지 못했다면, 민주당이 국민 지지를 듬뿍 받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실정은 그렇지가 않다. 한나라당 의석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왜소 야당, 국민의 15% 안팎만이 지지하는 홀대 야당을 대접하기 위해 국정을 양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야당과 협상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다가 시한이 되면 절대 과반을 점한 의석 수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후의 사정을 조금만 돌아봤어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18대 국회 개원 협상이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누구의 비토로 원위치 됐는지,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45개 법률안이 뭔지를 조금만 살폈어도 금방 알 수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번 정기국회 모드가 ‘전투’일 수밖에 없음을 쉬 알 수 있다.

이것 갖고 부족하다면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운영의 동반자”란 립서비스를 받기 훨씬 전에 이보다 더 한 대접을 받았던 사람이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그는 ‘국정의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로 치켜세워졌다. 말로는 그렇게 환대 받았지만 공천에서, 당 운영에서, 국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있지 않다(물론 박 전 대표 스스로 거부하는 면도 있지만).

현실이 이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개선장군이나 되는 양 행세했다. 제1야당의 위상을 확인했다고 자찬했다. 자칫하다간 여권에 휘둘리고 지지층에 비판받는 ‘동네북’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자신들이 ‘동반자’ 대접을 받게 됐다고 동네방네 떠들었다.

천지 분간 못하고 일희일비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을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중심이 없다는 해석 외에 굳이 다른 걸 붙일 필요가 없다.

‘야성’이 뭔지 그 개념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25일 회동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말했다. 정부가 종부세 완화안을 발표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이 지나치게 편협하게 집토끼 구하기에 나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틀렸다. 이 의원의 진단은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하루 뒤 민주당의 이용섭 의원이 공개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종부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의 종부세 완화안에 대한 찬성 의견('부동산을 많이 소유한다고 세금을 더 내게 해서는 안된다')이 12.9%에 불과했다.

같은 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25.6%였다.

두 조사결과를 조합하면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종부세 완화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하다. 종부세 완화안은 집토끼용이 아니다. 오히려 토끼우리의 문을 활짝 연 것과 진배없다. 집토끼가 산토끼가 되는 길을 열어준 것과 다름없다.

왜일까? 정치적 측면만 놓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막심한 손해를 보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무모한 행보를 보이는 걸까?


흥미로운 비교거리가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7월 30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19%로 나온 반면 종부세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29%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오판을 했을지 모른다. 논란 국면에서의 국민 여론과 실행 국면에서의 국민 여론이 다르다는 걸 주지하지 못한 채 집토끼만은 종부세 완화에 찬성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는지 모른다. 집토끼를 고무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런 단정을 가로막는 말이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어제 말했다. “잘못된 징벌적 과세로 1명의 피해자라도 있다면 다소 인기가 없더라도 원칙에 따라 바로잡는 것이 정부 여당의 역할”이라고 했다.

눈길을 끈다. “다소 인기가 없더라도”라는 짧은 말이 귀에 와 박힌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최대한 확대 해석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에 연연해하지 않고 소신껏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된다.

아무래도 좋다. 원인이 오판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고 소신이라고 해서 변화되는 게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일각의 요구대로 종부세 과세기준을 다시 6억원으로 되돌리면 어떻게 될까?

들고 일어날 게 뻔하다. 6억원과 9억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애들 장난하나”라며 격심하게 반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지켜보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썩소’를 날릴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의식했는지 이명박 대통령이 ‘고’를 선택했다.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당청혼선 여지를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실시간 대처를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결과는 같다. ‘시종일관’ 면모를 보여도 국민은 비판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지지층 절반을 포함한 절대 다수의 국민이 등을 돌린다. 이러면 종국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 추진력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무’에 걸렸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강하게 조이는 ‘종부세 올무’에 걸려버린 것이다.

▲사진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아침 일찍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울 강남권의 꽤 큰 학원에서 부원장을 지낸 후배입니다.

“소식 들었냐?”
“뭐?”
“이명박 대통령이 학원비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던데.”

이 후배는 대뜸 ‘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곤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말하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학원에 별로 영향이 없을 거야”

수요가 몰리는데 가격이 어떻게 내려가겠느냐는 게 이 후배의 반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실태의 일단을 알려주더군요. 아주 상식적이면서도 리얼한 얘기였습니다.

학원이 학원비를 높게 책정하는 과목은 주로 인기 강사가 포진한 과목입니다. 수요가 몰리는 과목에 수강료 외에 교재비나 케어비(첨삭 지도나 복습 지도) 명목으로 돈을 더 받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인기 강사를 모셔오고 붙잡기 위해선 인기에 걸맞는 보수를 지급해야 하고 그러려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더 많은 돈을 거둬야 합니다.

학원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수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지급합니다. 인기 강사가 포진해 있으면 그 지역 학교의 전교 1등이 찾아오고, 전교 1등을 따라 10등, 20등권 안에 있는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학원의 인지도가 덩달아 올라가고 인기 강사가 강의를 맡는 특정 과목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학생들이 몰립니다. 손 안 대고 영업을 하는 것이죠.

후배는 이게 학원의 영업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학원의 구조라고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런 구조와 영업방식을 깨지 않는 한(하지만 이건 불가능합니다) 학원비 단속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교육청이 벌점을 매기고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하면 좀 얼어붙지 않겠냐?”

후배는 또 한 번 ‘피식’ 웃더군요. 교육청 벌점 때문에 문 닫은 학원을 별로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수강료 과다 책정한 사실이 적발된 학원에 교육청이 벌점을 부과합니다). 설령 벌점이 누적돼 영업 정지를 당한다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학원 명의만 바꾸면 아무 문제없이 영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지 “잠깐 힘들고 귀찮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더군요.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건이 있었죠? 이 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목동의 학원이 있었습니다. 이 학원이 교육청으로부터 영업 정지 조치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 학원이 간판을 바꿔달고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후배의 말이 결코 ‘뻥’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모든 기업이 무서워 벌벌 떤다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어떨까요? 후배는 이 역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이 물리적으로 제한돼 있는 점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고 하더군요.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을만한 곳은 규모가 큰 학원, 인기 강사가 몰린 학원, 매출이 큰 학원이 될 텐데 이런 학원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체인화 되고 법인화됐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회계 처리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해졌다고 했습니다. 동네의 조그만 학원은 몰라도 이런 학원은 수강료의 90% 정도를 카드로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더군요. 외국 자본이 한국의 사교육 시장에 투자하는 현실을 알고 있냐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법인화와 회계투명화란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더군요.

법인화는 몰라도 회계 투명화가 정말 높은 수준으로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지만 그래도 내칠 수가 없더군요. 국세청 세무조사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을 쉬 부정할 수는 없겠더군요.

후배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정부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을 쏟아놓고 왜 학원비 타령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그건 “방어용”이라고, 정부의 사교육 남발 정책에 대한 비난 화살을 돌리기 위해 학원을 끌어들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물었습니다.

“뉴스를 보면 요즘 국제중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난리라던데 실제로 그렇냐?”

대답은 “물론!”이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은 황금기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식을 뒤엎는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 사교육 시장이 훨씬 크다고, 중·고등 시장은 최근들어 온라인(e러닝) 시장으로 많이 옮겨가면서 초등학생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고, 그래서 대형·유명학원들이 초등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전해주더군요. 국제중 설립이 이 추세에 불을 붙인 사실과 함께….

▲사진 =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오마이뉴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라고 했던가? 제목 그대로다. 토론은 없었다. 질문과 응답만 지루하게 되풀이 됐다.

질문은 미적지근했고 응답은 두루뭉술했다. 최고의 핫이슈인 불교계 반발이나 재논란 조짐을 보이는 대운하에 대한 특화된 질문이 없었고 방송정책을 둘러싼 공방도 질문에서 빠졌다. 응답은 원론으로 일관했고 여기에 자화자찬이 더해졌다. 그나마 구체적인 내용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대화’가 ‘김 빠진 사이다’가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형식이 문제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00분간 20개가 넘는 질문을 소화하려 한 게 무리다. 대통령의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시간을 빼고 사회자의 이음 멘트를 빼고 나면 항목당 질문·응답 시간은 길어야 3∼4분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질문에 날을 세우고 답변에 알멩이를 채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봤자 질문과 응답 모두 단문형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버릴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니까, 국정의 최고책임자이니까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문화를 두루 다뤄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런 형식을 고수하는 한 누가 패널석에 앉든, 누가 주빈석에 앉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모든 걸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결과를 빚는다.

특화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말 진지하게 ‘대화’하려면 주제를 특화해야 한다. 그래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가능해지고 맥락과 실태를 두루 아우르는 응답을 유도할 수 있다.

전범이 없는 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다. ‘검사와의 대화’에서, 그리고 ‘기자실 통폐합 토론’에서 보여줬다. 국가적 이슈가 된 하나의 사안을 놓고 심도 있는 ‘대화’, ‘끝장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이 형식을 차용해야 한다.

반론이 나올지 모르겠다.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주무부처 장관이 설명하면 된다는 반론이다. 그래야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흘려버릴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주장도 아니다.

개별 정책이 말 그대로 정책의 범주 안에서 논란이 되는 건 장관이 설명해도 된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언론과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얘기하는 국가적 이슈는 그런 게 아니다. 개별 정책이 정책 범위를 벗어나 정치 쟁점이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건 장관이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 정책 요소 외에 정무 요소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특정 장관이 전권을 갖고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사안은 그리 많지 않다. 한 사안에 여러 부처의 권한과 책임이 얽혀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농수산식품부와 외교통상부가 얽혀 있고, 방송정책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얽혀 있다.

특정 장관을 불러다 앉혀놓고 국가적 이슈를 다루는 건 문제가 있다.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화’ 과정에서 쏟아지는 국민 여론을 수용해야 하는 자리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건 정책 권한과 함께 정무 권한을 함께 갖고 있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말해야 하고 들어야 한다.

‘대화’를 소통의 한 양식으로 설정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일방적 홍보와 훈계가 아니라 꼼꼼히 설명하고 찬찬히 듣고자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소통을 하려면 절대적인 양이 필요하다. 충분한 시간과 풍부한 근거 말이다.

제한되는 것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대화’ 주제가 한 이슈로 국한되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건 ‘대화’를 ‘자주’ 하면 풀릴 문제다.

▲사진=‘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온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소신’은 의견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누구나 다 안다. 소신은 의견이다.

그럼 이렇게 묻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소신은 의견일까?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맘껏 구가해도 되는 걸까?

한승수 총리는 그렇다고 했다. 어제 국회에 출석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대운하 발언은 ‘개인적 소신’일 뿐이라고 했다. 대운하는 ‘끝난 얘기’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장관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총리가 ‘끝난 얘기’라고 했으면 그렇게 믿어야 할 텐데 시중의 반응은 그렇지가 않다. 두 사람의 발언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어떤 게 더 진실에 근접한 것인지를 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종환 장관의 소신을 ‘개인적 소신’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종환 장관의 소신을 의견이 아닌 사실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물은 것이다. 소신이 사실로 간주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에 물은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소신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가 어떤 의도로 말을 하건 시중은 그것을 의지 또는 정책방향으로 읽는다. 한국은행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말을 할 때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고르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그에겐 개인적 소신일지 몰라도 시중은 ‘시그널’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세 살 젖먹이가 아니고서야 이 평범한 이치를 모를 리 없다. 정종환 장관이라면 더 말 할 나위 없다. 그런데도 되풀이 말했다. 이미 ‘끝난 얘기’를 국회에서 말했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이쯤되면 옐로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경고 멘트라도 해야 한다.

‘입방정’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조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정종환 장관의 언동은 국론분열행위에 해당한다.

‘PD수첩’에 그러지 않았는가. 오역이 왜곡을 낳고 왜곡이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야기했다고 단정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사법당국까지 동원해 준엄한 단죄의 칼을 겨누지 않았는가.

인터넷에 그러지 않았는가. 이름 없는 무명소졸의 단순한 퍼나르기조차 여론을 왜곡하는 것으로 몰아 규제의 사슬을 채우려 하지 않았는가.

한 치도 가볍지 않다. 대운하가 갖는 폭발력이 미국산 쇠고기에 견줘 결코 가볍지 않다. 정종환 장관의 언동이 방송과 인터넷의 혹세무민 행위에 견줘 결코 가볍지 않다.

왜일까? 사안의 중대성이나 행위의 엄중함으로만 따지면 옐로카드가 아니라 레드카드를 꺼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왜 말이 없고, 총리는 왜 ‘개인적 소신’이라고만 치부하는 걸까?

다시 읽고 다시 들으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다르지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이랬다. “대운하는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

정종환 장관의 말은 이랬다. “대운하는 국민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시 할 수도 있다.”

전혀 다르지 않다. 한 사람은 ‘국민이 반대하면’이란 가정법을 쓴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국민이 찬성하면’이란 가정법을 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종환 장관은 동의이음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사진=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오마이뉴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